정재한(68년 대구생)   jh4864@gmail.com

- 주요 이력: 중앙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사진을 전공/ KBS 카메라맨 근무/ 사진전문지 포토하우스 발행인 겸 편집인/ 현대사진영상학회 부회장, 편집위원장/ 영남이공대학교 디자인스쿨 근무  

- 주요 작품: Korean in japan(재일한국인 1세의 참정권과 사회보장문제, 3세의 민족교육문제를 주제로한 다큐)/ 독도/ 세월호/ 다문화가정/ 닭의 반란/ 경주 시리즈 등 사진과 영상을 활용한 다큐멘터리 기획과 제작

- [인터뷰 기사] (서영옥이 만나 작가) 정재한의 붉은 시선 _ 대구일보 2017. 11. 23

- [인터뷰 기사] 이 사람, 사진작가 정재한 _ 월간 대구문화 2021. 5월호

 

[작가 정재한과의 인터뷰]

 

Q. 이번에 출품하신 ‘경주시리즈’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경주시리즈는 작년부터 드론과 3d 맵핑기술을 사용한 대지스캐닝작업의 일환입니다.
이번 전시기획이 ‘가족’인 만큼 다른 가족들의 작품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다소 일반적인 작품들을 최종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선별을 위해 가족들간에 여러 차례 회의가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지난 번 ‘팽목항’작업 중 미발표작 일부와 ‘닭의 반란’이라는 주제의 작품들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도저히 다른 가족들과 같은 주제로 가기에는 어울리지가 않아 가장 친근한 주제인 ‘경주 시리즈’를 최종 선택했습니다.

 

Q. 가족관계증명이라는 전시주제에 비해 너무 강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들을 생각하셨군요.

 

A. 그런가 봅니다.^^ 저는 ‘세월호의 아픈 상처’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들’도 나와 내 가족의 삶과 구분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관객들의 시각에서는 입장이 다른가봅니다.

전시를 기획하신 수성아트피아에서도 우려하셨고 우리 가족들 조차도 반대가 심했습니다.

다른 기회, 다른 주제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더욱 열심히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Q. 고분을 촬영한 이미지가 ‘대지스캐닝’작업인건가요?

 

A. 아닙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일반적인 파노라마 이미지입니다. 

촬영을 위해 짬짬이 경주를 방문할 때 마다 가볍게 스케치했던 영상들 중 하나인 셈입니다. 심지어 이 파노라마 작업은 구형 아이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해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작업’이라기 보다는 ‘스케치’와 같은 느낌으로 이미지를 기록한 것이죠.
관객들께서 보시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두 작품 중 ‘선덕여왕릉’을 소재로 촬영한 이미지에 각별한 애착이 있습니다.
경주에도 화려한 문화유산과 관광명소들이 많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선덕여왕릉’입니다. 그 작은 산(낭산)의 정취와 주변 환경이 주는 독특한 정감은 다른 곳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편안함을 줍니다.
한적한 왕릉 곁을 거닐며 당시의 화려했던 문화와 우리나라의 첫 여왕으로서의 녹록치 않은 그녀의 삶을 상상해 보면 비록 동시대는 아니지만 역사적 장소를 공유하고있다는 묘한 공감대가 생기기도합니다.  혼잣말로 말을 걸어보면 대답을 해 줄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ㅎㅎㅎ

그래서 내려 올 때마다 작고 친근한 인사말을 건네고 내려옵니다.

‘여왕님, 다음에 또 보입시다...^^’   

Q. 이번 호 [월간대구문화]지에 실린 인터뷰내용을 보면 ‘재일한국인, 독도, 세월호, 다문화가정...등’ 사회적 이슈와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계시는데 그 계기와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A. 저희 세대의 삶이 그러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정치문화적 변혁기를 살아왔던 까닭에 그러한 세상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귀 기울이게 되고, 척박하고 어려운 현실에 먼저 시선을 돌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공부한 ‘사진’이라는 매체가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사회적, 정치적’성향이 조금은 더 강했던 것도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90년대 ‘재일교포의 참정권’, ‘사회보장문제’, ‘교육문제’들에 귀 기울였던 계기는 그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가족 내 형제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Q.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 거시는 기대와 의미가 있으시다면...

 

A. ‘가족’은 정말 소중합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과 애정들로 이루어진 어려운 집단이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우리 가족들간의 소통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고마운 일이죠.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가족은 행복합니다’라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전시를 감상하시는 관객들께서 전시된 작품들을 가볍게 훑어 보셨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수 있으시겠지만, 연표 속에 담겨진 작은 이야기들을 꼼꼼히 살펴보신 분이라면 이렇게 공감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햐... 이 사람들. 참 열심히들 사는구나...” 라구요.

대다수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갈등들은 저희 집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차이점은 그 결정적인 순간마다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예술적 프로젝트’들을 해 왔다는 것이죠.

큰 불을 끄기 위해 맞 불을 놓았다고해야 할까요?^^ ㅎㅎㅎ 

그저 그런 우리 가족들만의 생활방식인거죠.

 

Q.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되네요.^^  아무튼 부럽습니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A. 네. 맞습니다. 저희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획해주신 서영옥 팀장님과 후원해주신 수성아트피아 등 많은 분들의 배려를 저희가족이 누릴 수 있었던 감사한 일입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용기있는 작업과 삶을 살아가야 하겠죠.^^

 

Q. 참 한가지 더.  이번 전시장 대부분의 설치작업들을 작가분들이 직접 하셨다고 하던데 힘들지 않으셨나요?

 

A. 네.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액자 속에 담겨진 것이 아니라 관객이 서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온 세계가 우리 봉준호감독의 결벽증에 가까운 주도면밀함에 매력을 느낀 것처럼,
전시장의 작은 소품과 설치물 하나도 허투루 놓여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경험 많고 유능한 작가였거나 인테리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있었다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 저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느낌들을 설치하기위해서는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해야만 했습니다.
실제로 준비했던 소품과 설치물들이 처음계획과 달리 변경되고 수정된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게되면 다시 요구하기 미안해서 그냥 마무리하게 되겠죠.
작업중에 생각과 계획이 바뀌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수정하고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했었던 것입니다. 마땅히 그랬어야 했구요.
네. 그랬던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Q. 마지막으로 관객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짧은 기간이지만 주어진 공간에 저희 가족들의 작업결과와 그 과정들을 펼쳐보이기위해 최선을 다 했습니다. 출퇴근때마다 전시장을 수시로 방문하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종 설치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전시장 벽에 박힌 못 하나, 바닥의 콘센트 하나까지 헤아려가며 관객들의 동선과 시선을 계산했구요.  바닥과 벽의 페인트 조명의 색상을 번갈아 바라보며 조화롭게 작품들을 배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설치와 스케치를 위해 전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관람객의 시각에서 저희 작품들을 평가해보려고 시도했었습니다. 

아무쪼록, 이런 저희의 정성과 노력이 관객들의 마음으로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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