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 출품한 정다연 작가의 작품 '노랑이 태어나다'의 제작과정을 묻는 관객들이 많으셔서 간단하게라도 정리해서 올려드립니다.
먼저 주인공인 노란 꽃은 우리 동네에 잔뜩 피어 있는 '금계국'이라는 들국화입니다.
30~60cm정도 키에 꽃말은 '상쾌한 기분'이라고 하네요.
위 사진은 우리집 마당에 피어있는 꽃들입니다. 더운 여름(6~8월)동안 피어있기 때문에 촬영하기가 좋아서 선택했었던 셈입니다.^^
처음에는 야외에서 촬영을 시작했었는데 날씨와 조건들이 너무 좀잡을 수 없게 바뀌어버려 촬영이 힘들더라구요. 때문에 꽃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결국은 스튜디오로 꺽어와서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당한 높이로 꽃을 고정시키고
아빠에게 빌린 카메라(Canon EOS Mark2)와 국산 렌즈인 삼양 마이크로 렌즈(100mm)를 사용하여 촬영을 시작했더랬습니다.
타이머기능이 있는 리모콘을 이용하여 1초마다 1장씩 촬영이 되도록 설정을 하고서
학교를 다녀오면 그 사이 꽃은 시들어 있고 카메라에 수 많은 사진들이 찍혀있게됩니다.^^ (저는 별로 하는 일이 없었어요^^)
촬영된 사진들을 컴퓨터로 옮겨와 영상편집 프로그램인 Final cut pro으로 사진들을 하나 하나 붙여연결해야 합니다.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1초에 30장 정도씩이 필요했고, 역동적이고 빠른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대략 8배~16배 정도의 속도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1초에 540장까지 사용되기도 한 거죠. 어마어마 하죠? ㅋㅋㅋㅋ
저도 이렇게까지 될줄은 몰랐었습니다.
아무튼 2~3개월을 밤낮으로 찍어대고 열심히 편집을 했는데도 2분짜리 영상을 만들고나니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꽃도 다 져버리고... 날씨도 쌀쌀해 지고... 숙제도 해야 하고.... ㅋㅋ
그래서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고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참.
음악은 작품설명에 적어놓았던 것 처럼
우리나라 댄싱팀 '저스트 절크'의 공연에 사용되었던 음악을 그데로 사용했습니다. 그 리듬과 박자가 너무 좋았었거던요. 처음에는 그냥 사용했다가
아무래도 몰래 쓰는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e-mail로 작업중이던 작품을 보내드리고서 정중하게 사용허락을 부탁드렸었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는 안 했었는데
며칠 뒤에 연출자분이 친절하게 답장을 보내주셨더군요... '고맙다고, 다음에 꼭 같이 작업 한 번 하자고...^^'
어느 날 불쑥 우리 집으로 밀고 들어 온 강아지 한 마리가 이제는 온 가족의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지난 8년간 서로 함께 했던 시간으로 따지자면 우리 가족모두와 가장 진실하게 교감하고 소통했던 구성원이 바로 마루인 셈입니다.
까칠하고 자기주장이 명확한 이 친구가 우리 가족들과 서로 함께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진통도 있었지요.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명확한 서열이 필요했고, 분명한 자기공간과 공유할 수 있는 영역도 구분해야 했습니다. 서로의 감정을 배려하고 보살피거나 존중하거나 외면해줘야 할 때를 알 때까지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때로는 친구가 되어주고
때로는 서로 위로하고 배려받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들이 함께하고자 했던 많은 프로젝트에 항상 함께 해 주고... 아이디어로 가득찬 비타민이 되어주었죠.
아마도 이친구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고 느낄 수 있었던 교감들이 지금처럼 풍부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번 전시회의 숨은 공로자인 마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사랑스런 친구이자 가족인 우리 '마루'를 소개시켜 드렸습니다.^^
A. 경주시리즈는 작년부터 드론과 3d 맵핑기술을 사용한 대지스캐닝작업의 일환입니다. 이번 전시기획이 ‘가족’인 만큼 다른 가족들의 작품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다소 일반적인 작품들을 최종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선별을 위해 가족들간에 여러 차례 회의가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지난 번 ‘팽목항’작업 중 미발표작 일부와 ‘닭의 반란’이라는 주제의 작품들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도저히 다른 가족들과 같은 주제로 가기에는 어울리지가 않아 가장 친근한 주제인 ‘경주 시리즈’를 최종 선택했습니다.
Q. 가족관계증명이라는 전시주제에 비해 너무 강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들을 생각하셨군요.
A. 그런가 봅니다.^^ 저는 ‘세월호의 아픈 상처’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들’도 나와 내 가족의 삶과 구분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관객들의 시각에서는 입장이 다른가봅니다.
전시를 기획하신 수성아트피아에서도 우려하셨고 우리 가족들 조차도 반대가 심했습니다.
다른 기회, 다른 주제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더욱 열심히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Q. 고분을 촬영한 이미지가 ‘대지스캐닝’작업인건가요?
A. 아닙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일반적인 파노라마 이미지입니다.
촬영을 위해 짬짬이 경주를 방문할 때 마다 가볍게 스케치했던 영상들 중 하나인 셈입니다. 심지어 이 파노라마 작업은 구형 아이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해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작업’이라기 보다는 ‘스케치’와 같은 느낌으로 이미지를 기록한 것이죠. 관객들께서 보시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두 작품 중 ‘선덕여왕릉’을 소재로 촬영한 이미지에 각별한 애착이 있습니다. 경주에도 화려한 문화유산과 관광명소들이 많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선덕여왕릉’입니다. 그 작은 산(낭산)의 정취와 주변 환경이 주는 독특한 정감은 다른 곳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편안함을 줍니다. 한적한 왕릉 곁을 거닐며 당시의 화려했던 문화와 우리나라의 첫 여왕으로서의 녹록치 않은 그녀의 삶을 상상해 보면 비록 동시대는 아니지만 역사적 장소를 공유하고있다는 묘한 공감대가 생기기도합니다.혼잣말로 말을 걸어보면 대답을 해 줄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ㅎㅎㅎ
그래서 내려 올 때마다 작고 친근한 인사말을 건네고 내려옵니다.
‘여왕님, 다음에 또 보입시다...^^’
Q. 이번 호 [월간대구문화]지에 실린 인터뷰내용을 보면 ‘재일한국인, 독도, 세월호, 다문화가정...등’ 사회적 이슈와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계시는데 그 계기와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A. 저희 세대의 삶이 그러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정치문화적 변혁기를 살아왔던 까닭에 그러한 세상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귀 기울이게 되고, 척박하고 어려운 현실에 먼저 시선을 돌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공부한 ‘사진’이라는 매체가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사회적, 정치적’성향이 조금은 더 강했던 것도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90년대 ‘재일교포의 참정권’, ‘사회보장문제’, ‘교육문제’들에 귀 기울였던 계기는 그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가족 내 형제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Q.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 거시는 기대와 의미가 있으시다면...
A. ‘가족’은 정말 소중합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과 애정들로 이루어진 어려운 집단이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우리 가족들간의 소통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고마운 일이죠.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가족은 행복합니다’라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전시를 감상하시는 관객들께서 전시된 작품들을 가볍게 훑어 보셨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수 있으시겠지만, 연표 속에 담겨진 작은 이야기들을 꼼꼼히 살펴보신 분이라면 이렇게 공감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햐... 이 사람들. 참 열심히들 사는구나...” 라구요.
대다수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갈등들은 저희 집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차이점은 그 결정적인 순간마다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예술적 프로젝트’들을 해 왔다는 것이죠.
큰 불을 끄기 위해 맞 불을 놓았다고해야 할까요?^^ ㅎㅎㅎ
그저 그런 우리 가족들만의 생활방식인거죠.
Q.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되네요.^^아무튼 부럽습니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A. 네. 맞습니다. 저희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획해주신 서영옥 팀장님과 후원해주신 수성아트피아 등 많은 분들의 배려를 저희가족이 누릴 수 있었던 감사한 일입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용기있는 작업과 삶을 살아가야 하겠죠.^^
Q. 참 한가지 더.이번 전시장 대부분의 설치작업들을 작가분들이 직접 하셨다고 하던데 힘들지 않으셨나요?
A. 네.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액자 속에 담겨진 것이 아니라 관객이 서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온 세계가 우리 봉준호감독의 결벽증에 가까운 주도면밀함에 매력을 느낀 것처럼, 전시장의 작은 소품과 설치물 하나도 허투루 놓여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경험 많고 유능한 작가였거나 인테리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있었다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 저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느낌들을 설치하기위해서는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해야만 했습니다. 실제로 준비했던 소품과 설치물들이 처음계획과 달리 변경되고 수정된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게되면 다시 요구하기 미안해서 그냥 마무리하게 되겠죠. 작업중에 생각과 계획이 바뀌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수정하고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했었던 것입니다. 마땅히 그랬어야 했구요. 네. 그랬던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Q. 마지막으로 관객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짧은 기간이지만 주어진 공간에 저희 가족들의 작업결과와 그 과정들을 펼쳐보이기위해 최선을 다 했습니다. 출퇴근때마다 전시장을 수시로 방문하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종 설치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전시장 벽에 박힌 못 하나, 바닥의 콘센트 하나까지 헤아려가며 관객들의 동선과 시선을 계산했구요.바닥과 벽의 페인트 조명의 색상을 번갈아 바라보며 조화롭게 작품들을 배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설치와 스케치를 위해 전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관람객의 시각에서 저희 작품들을 평가해보려고 시도했었습니다.